정말 아름다웠다.
정말 아름다웠다.
타라 리핀스키, 98 나가노 동계 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어제 오늘 각 세시간째 피겨 동영상 삼매경. 적당히 보고 책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끊을 수가 없잖아..ㅠㅠ
위의 반짝반짝 팅커벨은 변두리에서 어설픈 경력을 쌓아 올린 피겨팬으로서 가장 적기에 마음을 빼앗긴 선수였다. 그전부터 우연히 보고 반해있었는데 나가노에서는 요정가루를 뿌린 줄 알았다. 피겨를 찾아보기 시작한 건 옛날옛날, 당시 이미 프로로 전향해 있던 카타리나 비트의 아이스쇼를 보고서부터였는데 이후로 주말이면 신문 TV편성표에서 피겨 프로그램을 찾아 밤늦게라도 챙겨보는게 그때의 일상.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 투표에서 다들 축구/야구/농구 선수 이름인데 혼자만 카타리나 비트, 크리스티 야마구치, 이토 미도리 등등을 신나게 적어 내려가다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나가노 올림픽 때는 정말 복이 쏟아지던 나날이었다. 남여 싱글, 페어, 아이스 댄싱, 시범경기까지 전 경기를 NHK에서 녹화해서 볼 수 있었으니까. (여튼 국내에서 피겨는 심하게 찬밥이긴 했다. 이전 남나리 붐이 일었을 때는 조금 티꺼운 심정도 들었음.;)
대학 이후로는 TV도 멀어지고 해서 잘 챙겨보지 못했는데 그사이 채점방식도 바뀌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색이던 판도도 조금 바뀐 듯 하고 김연아 양도 등장하고. 사심에 젖어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도 두손모아 빌었다. 올림픽 피겨 경기 관람가서 선수들 한 사람 한 사람 경기 끝날 때마다 비닐에 싼 장미를 던지는 게 내 오랜 꿈의 하나로 - 얼음판 위라서 꽃이며 인형이며 젖지 않게 비닐로 싸야 함 - 가을에 현대카드 슈퍼매치도 다시 한다지만 그걸 보러 가는 건 20대 청춘을 누리기도 전에 40대의 황혼으로 접어드는 느낌이라 어째... 그전에 올림픽을 보고 싶은데.
어릴 때 혼자 하던 팬질이라 그때 설레었던 선수들 이름도 다 모르지만 조금씩 찾아보고 있다. 어린애에게 러시아 이름 철자가 좀 어려웠던가..; 뭣보다 다리 길고 호리호리하고 엘레강스했던 미국인가 캐나다의 남자 싱글 아저씨,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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